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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ook, 책

내 마음이 지옥일 때

by 달려쿨대디 2018. 9. 22.

2018. September




내 마음이 지옥일 때
저자: 이명수,  영감자: 정혜신
해냄 출판사 2017년

알고보니 세월호 아이들의 유가족의 치유를 맡은 정혜신 정신과 의사의 남편인 심리기획자 이명수 님이 작성한 책이다. 아래는 책에 나온 내용을 직접 타이핑 한것입니다.

시는 그 자체로 부작용 없는 치유제다. 시가 그런 치유제인 까닭을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반 페이지쯤 읊어댈 수 있다.

가진 자와 강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‘역사’라면 못 가진 자와 약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‘문학’이라고 했다. 시인은  그 말끝에 자신의 시가 소외된 사람에게 뜨끈한 밥 한 공기 되진 못해도 그들을 기억하는 눈물 한 방울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.

넘어지면 잠시 가만히 엎드려 있고
갑자기 눈물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놔두면 돼요.
그러면 왜 그렇게 됐는지 알게 돼요.
잘 따져보면 진적으로 내 탓인 경우,
거의 없더라고요.

[손발톱 내밀 수 있는 당신]
<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> 유홍준
(….)
사람이 사람을 앉히고 발톱을 깎아준다면
정이 안 들수가 없지
옳지 옳아 어느 나라에선
발톱을 내밀면 결혼을 허락하는 거라더군
그 사람이 죽으면 주머니 속에 발톱을 넣어 간직한다더군

평생 누구에게 발톱을
내밀어보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

단 한번도 발톱을 깎아주지 못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

(….)



[나를, 마침내 일으켜 세우는]
<폐병쟁이 내 사내> 허수경
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 몰골만 겨우 사람꼴 갖춰 밤 어두운 길에서 만났더라면 지레 도망질이라도 쳤을 터이지만 눈매만은 미친 듯 타오르는 유월 숲 속 같아 내라도 턱하니 피기침 늑막에 차오르는 물 거두어주고 싶었네
산가시내 되어 독오른 뱀을 잡고
백정집 칼잽이 되어 개를 잡아
청솔가지 분질러 진국으로만 고아다가 후 후 불며 먹이고 싶었네 저 미친 듯 타오르는 눈빛을 재워 선한 물같이 맛깔 데인 잎차같이 눕히고 싶었네 끝내 일어서게 하고 싶었네
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
내 할미 어미가 대처에서 돌아온 지친 남정들 머리맡 지킬때 허벅살 선지피라도 다투어 먹인 것처럼
어디 내 사내뿐이랴



[안정감 있는 속도]
<분갈이> 김용택
뿌리가 흙을 파고드는 속도로
내가 당신을 만진다면
흙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도
놀라지 않겠지

느리지만
한 번 움켜쥐면
죽어도 놓지 않는 사랑



[그깟 악취에 코가 멀어]
<은행알> 전재현

밟힌 은행알이
오직 구린내 풍긴다고
인상을 찡그린다면
그댄 삼류야

그 안에 
빙하기를 건너온
어미의 젖내 같은
그런 두웅근 향내
그걸 탐지해내지 못한다면
그댄 삼류야

자자
엄마아~ 하고
향을 맡아봐
기억나지
엄마 젖 내음
그래
일류로 살자



[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람]
<우리말사랑4> 서정홍
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 죽으면
사망했다 하고
넉넉하고 잘 배운 사람들 죽으면
타계했다
별세했다
운명을 달리했다 하고
높은 사람 죽으면
서거했다
붕어했다
승하했다 한다.

죽었으면 죽은 거지
죽었다는 말도
이렇게 달리 쓴다. 우리는

나이 어린 사람이면 죽었다
나이 든 사람이면 돌아가셨다
이러면 될걸.



[내 삶의 속도로]
<속도> 이원규
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
인간들의 동화책에서만 나온다
만약 그들이 바다에서 경주한다면?
미안하지만 이마저 인간의 생각일뿐
그들은 서로 마주친 적도 없다

비닐하우스 출신의 딸기를 먹으며
생각한다 왜 백 미터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
만약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
출발선에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
한 오백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
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버릴 것이다

마침내 비닐하우스 속에 
온 지구를 구겨 넣고 계시는,
스스로 속성재배 되는지도 모르시는
인간은 그리하여 살아도 백년을 넘지 못한다

“치유란 동굴 속에 숨은 사람을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그의 옆에서 어둠을 함께 감내하는 일이다.
그러다 보면 그가 동굴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게 된다.” 정혜신

프로스트 시의 한구절
“비가 바람에 말했습니다. 너는 밀어붙여 나는 퍼부을 테니”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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